1. (1990년대 초 ~ 2000년대 초): 고성능의 씨앗을 뿌리다
아우디의 고성능 DNA는 이미 랠리 무대를 휩쓸었던 '콰트로(quattro)' 모델에서 시작되었지만, 일반 도로를 위한 고성능 양산차의 역사는 'S' 모델에서부터 본격화된다. 그리고 그 정점에 'RS' 모델이 등장하게 된다.
S 모델의 등장 (1990년 S2 쿠페): 아우디의 첫 번째 S 모델은 1990년 출시된 S2 쿠페였다. 당시 아우디 80을 기반으로 2.2L 5기통 터보 엔진을 탑재하여 220마력의 출력을 냈다. 이 모델은 콰트로 시스템과 함께 스포츠 성능과 일상 주행의 균형을 추구하며, 'S' 라인업의 시작을 알렸다. 이후 S4, S6 등 세단과 왜건 형태의 S 모델들이 연이어 출시되며, 아우디의 고성능 라인업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다. 초기 S 모델들은 '강력한 엔진과 콰트로 시스템을 갖춘 일상용 고성능 차'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.
RS 모델의 탄생 (1994년 RS 2 아반트): 'RennSport(레이싱 스포츠)'를 의미하는 RS는 S 모델보다 한 차원 높은 극한의 성능을 지향한다. 최초의 RS 모델은 1994년 등장한 전설적인 'RS 2 아반트'였습니다. 포르쉐와 협력하여 개발된 이 모델은 2.2L 5기통 터보 엔진으로 315마력을 발휘했으며, 왜건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슈퍼카에 버금가는 성능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. RS 2 아반트는 '빠른 왜건'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개척하며 아우디 RS 모델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.
이 시기 S와 RS 모델은 외관상으로는 일반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, 강력한 성능을 내재한 '울프 인 쉽스 클로딩(Wolf in sheep's clothing)'의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.
2. (2000년대 중반 ~ 2010년대 중반): 고성능 라인업의 확장과 다양화
2000년대 중반부터 아우디는 S 및 RS 라인업을 더욱 확장하고, 각 모델의 개성을 강화하기 시작했다.
자연흡기 고회전 엔진의 전성기: 이 시기 RS 4 (B7)와 RS 5에 적용된 4.2L V8 자연흡기 엔진은 아우디 고성능 모델의 또 다른 상징이었다. 420마력을 넘나드는 고출력과 함께 8,000rpm 이상을 넘나드는 고회전 특유의 짜릿한 사운드는 많은 마니아들을 열광시켰다. RS 6 (C6)에는 람보르기니 갈라르도와 유사한 5.0L V10 트윈터보 엔진이 탑재되어 580마력이라는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기도 했다.
세그먼트 확장: 세단과 왜건에 한정되지 않고, TT RS, RS Q3 등 소형 모델과 SUV 모델에도 RS 라인업이 추가되며 고성능 모델의 선택지가 더욱 넓어졌다.
콰트로 시스템의 진화: 토크 벡터링, 스포츠 디퍼렌셜 등 더욱 정교해진 콰트로 시스템이 적용되어 극한의 주행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접지력과 뛰어난 코너링 성능을 제공했다.
이 시기의 S와 RS 모델은 더욱 역동적인 디자인과 함께 명확한 고성능 아이덴티티를 확립하기 시작했다. 일반 모델과의 차별성을 두면서도 여전히 과하지 않은 '젠틀한 고성능'의 매력을 유지했다.
3. (2010년대 후반 ~ 현재): 터보차저와 전동화의 바람
2010년대 후반부터 아우디 고성능 모델은 다운사이징 터보차저 엔진과 함께 전동화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큰 변화를 맞이했다.
터보차저 엔진의 대세화: 환경 규제와 효율성 증대의 요구에 따라 자연흡기 엔진은 점차 사라지고, 터보차저 엔진이 주를 이루게 된다. RS 6 (C7), RS 7 (C7)에 적용된 4.0L V8 트윈터보 엔진은 다운사이징에도 불구하고 더욱 강력한 출력과 토크를 자랑하며, '퍼포먼스(Performance)' 모델을 통해 극한의 성능을 선보였다. S 모델들 역시 슈퍼차저에서 터보차저로 전환하며 효율성과 성능을 동시에 잡았다.
디자인의 변화: 더욱 공격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이 적용되기 시작했다. 넓어진 휠 아치, 거대한 에어 인테이크, 더욱 굵어진 머플러 팁 등 'RS DNA'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들이 부각되었다. RS 모델은 이제 더 이상 '숨겨진 고성능'이 아닌, 당당하게 자신의 퍼포먼스를 드러내는 존재가 되었다.
전동화의 서막 (e-트론 GT, SQ8, RS Q8): 아우디는 전동화 시대에도 고성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.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SQ8, RS Q8 등 SUV 모델에 적용되어 효율성을 높였으며, 특히 'RS e-트론 GT'는 아우디 최초의 순수 전기 RS 모델로, 미래 고성능 전기차의 방향성을 제시했다. 전동화 기술은 기존 내연기관의 한계를 뛰어넘는 즉각적인 토크와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제공하며, 아우디 고성능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.